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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측정거부행위를 처벌하는 도로교통법의 위헌성
    판례평석 2018. 10. 1. 10:24

    1. 문제의 제기

       1) 위 문제에 관하여 이미 헌법재판소는 도로교통법 제41조 제2항 등 위헌제청사건(1997. 3. 27. 96헌가11)에서 음주측정거부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위 사건에서 여러 가지 헌법적 쟁점이 검토되었는바, 그 중 가장 심층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즉, 음주측정은 성질상 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인 것인데,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인지의 문제였다.

       2)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하여 진술거부권에서의 진술이란 “언어적 표출 즉,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호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 넣도록 요구하는 것은 “신체의 물리적, 사실적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다. . . . 혈중알콜농도[는] 당사자의 의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당사자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지배력도 갖고 있지 아니한다. 따라서 호흡측정행위는 진술이 아니므로 호흡측정에 응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처벌한다고 하여도 “진술강요”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지극히 피상적일 뿐 아니라,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의 헌법적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해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헌법규정

       1) 우리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 . .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미 연방 수정헌법 제5조는 ‘어느 누구도 형사사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것을 강요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No person . . . shall be compelled in any criminal case to be a witness against himself.) 위 수정헌법 제5조는 흔히 自己負罪拒否의 특권(privilege against self-incrimination)으로 이해되고 있고,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란다 판결에서 ‘구금상태에서의 피의자 진술은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위태롭게 하므로, 이 특권을 절차상 보장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문 전에(must be warned prior to any questioning) 피의자에게는 묵비권이 있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이 고지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Miranda v. Arizona, 384 U.S. 436, 479 (1966)). 

       2) 즉, 진술거부권 보장의 헌법상 의미는 그것이 피의자의 진술인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사건의 증인이 되어 스스로 정죄당하지 아니한다는 자기부죄거부 특권의 파생원칙을 명문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요컨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이 보다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헌법상 의미를 갖는 것이고, 진술거부권의 보장은 그 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헌법상 진술거부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 헌법이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을 이념적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3) 이와 관련,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5441 판결은 “진술거부권이 보장되는 절차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을 권리가 헌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여 바로 도출된다고 할 수는 없고,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해석은 헌법을 올바르게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위헌이라고 생각되는 이유

       1) 측정거부라는 사실만으로 혈중알콜농도 최고 상태를 의제함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제2항은 혈중알콜농도의 정도에 따라 처벌의 수위를 달리하고 있으나, 음주측정 거부 운전자의 경우 실제 혈중알콜농도를 묻지 않고 혈중알콜농도 최고상태의 운전자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여 혈중알콜농도 0.2퍼센트 이상인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나아가 반증에 의한 경한 처벌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 이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서 호흡측정에 따른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가 혈액 채취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를테면, 운전자가 경찰의 원칙 없는 음주단속의 적법성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찰과 감정적인 대립을 일으키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운전자가 이 상황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곧 음주측정거부의 현행범이 되므로, 설사 운전자가 뒤늦게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고 자발적인 음주측정을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이를 받아들여야할 의무가 없는 것이므로, 결국 행위자의 위법행위에 상응한 정당한 형벌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2) 음주측정 거부에 대한 실효적인 수단의 존재

       음주측정거부에 대한 가장 실효적인 수단은 (증거가 없음에도 필요성에만 의존하여 가중 처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형벌’과 운전면허를 장기간 실효시키는 ‘행정적인 제재’를 병과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결국 운전자에게 더욱 긴요한 것은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적법한 운전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할 것인데, 운전면허를 장기간 정지하거나 취소시키면 족할 사안에서 언제나 형벌로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고, 합리성과 정당성이 없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는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필요적 면허취소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다. 헌재 2004. 12. 16. 2003헌바87). 

      

       3)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강제채혈의 수단이 있음

       특히 영장주의 원칙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범죄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채혈이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강제채뇨에 관하여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 음주운전의 현저한 증적을 보이는 운전자가 호흡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경우 경찰관으로서는 이를 준현행범인으로 체포하고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의 일환으로 채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운전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여 2-3회 측정을 시도하다가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음주측정거부의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 아니라(이러한 방식의 체포는 필연적으로 강제처분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채혈에 의한 측정을 시도하는 것이 영장주의 원칙에 더욱 부합하는 수사방법이라 할 것이다. 특히 음주단속의 현장에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키트를 구비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채혈은 숙련된 의료지식을 갖춘 의사 또는 간호사가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4) 임의수사의 강제수사로의 변질

       음주측정 요구 자체는 운전자의 임의적 협조를 전제로 하는 임의수사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인데, 이러한 상태에서 음주측정이 이루어지고 또한 운전자를 상대로 한 진술증거가 수집된다면(실무상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가 작성되고 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체포 구속당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변호인 선임권,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임의수사 단계에서 호흡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법률상 의무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 가장 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를 임의수사가 대체하는 결과가 되어 영장주의를 잠탈할 위험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4. 결론

       현행법과 같이 음주측정거부 자체를 가장 중한 음주운전범죄로 구성하게 되면,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수집을 할 동기를 잃게 되는 반면, 운전자로서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어 측정을 거부할 수 없게 되는바, 이는 수사기관이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기 범죄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할 것이어서 헌법상 자기부죄거부 원칙에 위배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법률신문 2018. 9. 27. 연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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