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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침해와 수인한도의 이중기준판례평석 2012. 3. 9. 11:22
요지
건축주의 건축의 자유와 인근주민의 일조권은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 수인한도는 어느 경우에나 최소한의 기준이라 할 것이므로, 손해배상의 경우이든 공사중지의 경우이든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조권과 채광권
1) 일조권이란 ‘햇빛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일조권이라는 개념 자체는 일본 학계에서 정립되어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이고, 서구에서는 이보다 넓은 의미에서 빛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採光權(right of light) 즉, 창 등을 통하여 직 간접적으로 실내에 태양광이 들어오는가의 문제로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강창옥, 「일조방해와 손해배상」, 판례연구 12집(2001. 6. 부산판례연구회), 819면). 이처럼 일조권은 직접 햇빛을 쪼일 것을 요구하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채광권에 비하여 엄격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2) 우리나라의 법령상 일조를 의식하여 규정을 두게 된 것은 1971년 대통령령에서 주거지역에 한하여 8m의 절대고 제한을 둔 것이 최초의 것이고, 1980년 건축법에서 정북방향의 일정거리를 띠는 형식의 일조규정이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한다(김종보, 「건축법상 일조권」, 환경법연구 23권 2호(2001. 12.), 192면).
3) 종래 우리의 전통가옥은 남쪽에 마당을 둔 단층구조였기 때문에 건축물간 직접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남쪽에 위치한 가옥으로 인하여 북쪽에 위치한 가옥에 그림자가 지더라도 그 그림자는 북쪽집의 마당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화 도시화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는 한편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건축기법이 활용되면서, 건축물 상호간에 직접적으로 햇볕을 가리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누리고 있던 재산상 환경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으로 일조권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으로, 현재도 그 개념 및 법적 성질이 완전히 정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예컨대, 일조권의 향유주체(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다41499 판결), 일조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복합일영의 경우 불법행위책임의 주체(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다23729 판결) 등 일조권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 수인한도론 및 이중기준 인정여부
1)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이웃에 거주하는 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그 신축행위가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어떠한 건축행위가 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4다54282 판결).
2) 한편 다수의 재판례에서 따르고 있는 일조권의 수인한도 즉,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16시 사이에 총 일조 4시간 또는 오전 9시부터 15시 사이에 연속일조 2시간의 기준은 일본판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박창현, 「일조권 침해로 인한 공사중지가처분」, 판례연구 7집(1997. 1. 부산판례연구회) 608면), 우리나라에 위 수인한도를 처음 도입한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1996. 3. 29. 선고 94나11806 판결이라고 한다(서민석, 「조망이익의 침해행위가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한 요건 등」, 대법원판례해설 67호(2007 상반기) 321면)).
3) 이처럼 동지를 기준으로 일조시간을 정한 것은 일반적으로 동지가 연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다는 점에 기초하여 그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시간의 일조를 받지 못할 때에는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것이므로, 이는 일조량의 최소기준을 정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건축법 등)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원래 사법상 보호되는 일조권을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증하려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어떠한 건물신축이 건축 당시의 공법적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조방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23850 판결).
4) 일조권 침해소송에서는 건축 전 후의 구체적인 일조시간을 감정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 때 위 수인한도를 적용하면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불과 몇 분이 모자라 한 층을 건축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건축주는 “수인한도에 불과 몇 분이 충족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건축주의 손해가 막대하고, 일조분쟁에서 건축주의 건축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므로, 피해자들이 불과 몇 분의 일조를 침해받는 손해는 금전배상으로 보전되면 족하다.”라는 주장을 흔히 볼 수 있다.
5) 한편, 위 주장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수인한도론의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 공사중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와의 사이에 수인한도가 다르고, 공사중지는 더욱 엄격한 심사 또는 가중된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윤재윤, 건설분쟁관계법(2006. 9. 박영사), 505면 및 일본의 경우 박창현, 앞의 논문 606면 참조. 그러나 그 가중된 요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발견되지 아니하나, 하급심 재판례로서 이를 받아들인 부산지방법원 2009. 8. 28.자 2009카합1295 결정이 있는 반면, 이러한 이중기준을 채용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울산지방법원 2006. 9. 22.자 2006카합702 결정이 있다.
3. 검토의견
1) 이러한 이중기준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즉 ①수인한도의 이중기준을 인정하는 것은 그 기준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수인한도란 건축주의 건축을 제한하는 최소한이라는 점에서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수인한도의 언어적 의미와 일치할 수 없고, ②수인한도란 일조권의 보호를 위한 단일한 기준일 뿐이어서, 공사 전에는 공사중지를 구하고 공사가 완료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일 뿐, 손해배상의 경우 공사중지와 다른 수인한도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③수인한도의 이중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필경 재산권 보장의 본래적 모습인 존속보장이 그 예외적 모습이라 할 가치보장으로 변용되어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원칙을 잠탈할 위험을 피할 수 없으며(이명웅, 「헌법 제23조의 구조」, 헌법논총 11집(2000. 12.) 324면 참조), ④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할 기존 주민의 재산권(=일영증가로 인한 부동산의 시가하락)과 건축주의 재산권(=건축의 자유) 중 건축주의 재산권만을 과잉보호하는 결과가 되어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할 것이고, ⑤본래 일조권 확보를 위한 수인한도의 기준은 태양의 각도를 고려한 斜線制限이므로, 수인한도에서 불과 몇 분이 모자라는 경우 설계를 변경하여 그림자를 신축건물 안쪽으로 지게 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건축주의 건축의 자유가 일방적으로 제한된다고 볼 수 없고, ⑥법질서 전체의 균형과 안정이라는 법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일조침해에 대한 통일성 있는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일조분쟁을 일관된 기준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2) 이중기준 이론의 기저에는 인근주민의 일조피해는 금전보상으로 무마하면 된다는 거대자본의 횡포가 자리 잡고 있고, 한편 인근주민이 받게 되는 일조피해 보상금은 피해자 소유 부동산의 시가하락분을 보전하기에도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중기중을 적용하게 되면, 건축주로서는 대규모 공사에 따른 개발이익의 일부만을 가지고도 인근주민 피해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으므로, 온갖 위법을 무릅쓰더라도 일단 공사를 해놓고 보자는 논리로 연결되어,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 및 쾌적한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서 각 용도지구별로 건축물의 층고를 제한하는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3) 요컨대, 일조방해행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가장 원칙적이고도 객관적인 기준은 일조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외에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피해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건물의 전체적인 상황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지역성, 건폐율?용적률(건축법 제55조, 제56조) 건축물의 높이 제한(건축법 제61조, 시행령 제86조) 등 공법상 규제위반 여부, 일조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간 교섭과정에서의 진정성 등을 부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총일조 4시간 또는 연속일조 2시간을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일단 수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고, 가해건물이 이미 공법상 규제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때에는 위 수인한도를 완화할 여지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연경관지구 내지 시계경관지구 안에서의 건축행위는 보다 강화된 규제가 불가피하다 할 것이고, 이 때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할 것이다.
4) 서울특별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서울특별시조례 제4991호, 2010. 7. 15. 일부개정) 제39조 제4항은 “자연경관지구 안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의 높이는 원칙적으로 3층 이하로서 12미터 이하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다만 ① 인접지역과 높이차이가 현저하여 높이제한의 실효성이 없는 지역으로서 건축규제를 완화하여도 조망축을 차단하지 않고 인접부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역 ② 너비 25미터 이상 도로변에 위치하여 경관지구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토지이용의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지역 ③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조제3호에 따른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서 건축규제를 완화하여 주거환경 개선을 촉진할 수 있고 주변지역의 경관유지에 지장이 없는 지역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청장이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공고한 구역안에서는 건축물의 높이를 4층 이하로서 16미터 이하로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5) 이러한 경우에 층고제한의 완화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층고제한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심의의 부실 정도가 층고완화를 위한 심의제도를 둔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이어서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의 것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에는 층고제한을 넘는 건축행위는 공법상 규제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령상의 제한은 국민의 재산상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건축허가담당 공무원에게 부과된 이러한 직무상 의무는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만 볼 것은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규정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건축허가업무 담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충분한 심의를 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 손해에 대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범위 내에서 그 담당공무원 등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3527 판결 - 개별공시지가 산정업무에 관한 사례).
4. 결 론
일조권의 수인한도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은 인접하고 있는 토지이용권의 합리적 조정의 문제인 동시에 도심의 난개발로 인한 환경침해를 방지하고 건강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건축의 자유와 주거의 자유는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 수인한도는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손해배상의 경우이든 공사중지 청구의 경우이든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연경관지구 내에서의 건축행위는 인근주민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도시 전체의 미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법률신문 2011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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