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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지방변호사회 2014. 10. 14. 성명서] 상고법원 방안에 관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입장
    보도자료 2014. 10. 16. 11:05

    - 상고심 심리충실화 및 하급심 판사 증원을 전제로 찬성 -

     

    대법원은 924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한 해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본안사건 수가 36천 건에 이르고,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는 연간 3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고심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따라서 헌법상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상고심 제도는 어떻게든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법원이 개최한 이번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 날 공청회에서 대법원은 상고법원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날 공청회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상고법원 방안은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상고 폭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상고심 제도 개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은 상고심 심리 충실화를 통한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어야 한다.

     

    이번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은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이 아니라 상고심 심리 충실화를 통한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어야 한다.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대법원에서는 상고심 제도 개혁의 필요성으로 대법관의 업무 경감을 통한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를 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 대법원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만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충실히 심리하고 나머지 사건은 대강 심리를 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1심이든, 2심이든, 3심이든 법관은 사건을 맡으면 공무원으로서 맡은 사건을 모두 충실히 심리해야만 한다. ‘상고심 심리의 충실화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는 헌법은커녕 법률적 근거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상고법원의 내용을 설계할 때에도 대법관의 업무부담 경감혹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가 아니라 상고심 심리 충실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상고심 제도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대법관 편하자고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2. 상고 사건 폭증의 원인은 하급심 심리부실과 하급심 판사 수의 부족에 있다.

     

    상고 사건 폭증의 원인으로 반드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국민정서를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민들이 반드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만큼 하급심의 재판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하급심 재판이 부실한 이유는 하급심 판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판사 수가 부족하다 보니 하급심 판사들 역시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고, 당사자들이 새로운 증거를 신청하면 판사들은 심리 부담으로 인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민들은 재판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다는 생각에 항소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항소심을 사실상 사후심으로 운영하려는 법원의 정책 때문에 항소심은 대부분 2회 내지 3회의 재판으로 종결된다. 결국 국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고를 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상고심 폭증의 원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고를 하더라도 대부분은 심리불속행기각으로 끝나고 만다. 국민이 재판을 불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급심 심리부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상고심 제도 개혁만으로 상고 사건 폭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피부 속 깊은 곳에 생긴 염증은 치료하지 않고, 겉으로 흘러나온 고름만 닦아내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번 기회에 하급심 판사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예산상의 부담 문제는 재판연구원처럼 불필요한 제도를 폐지하여 그 예산을 판사증원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3. 상고법원이 도입되려면 아래의 다섯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고법원 사건에서 변론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상고법원 사건의 경우 변론기회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이 상고심 심리의 충실화라면, 새로 도입되는 상고법원 역시 상고심 심리의 충실화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재판의 심리가 충실해지기 위해서는 변론기회 보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칙적으로 변론을 열지 않고 예외적으로 중요사건에 대해서만 변론을 열고 있다. 따라서 상고법원 재판에서는 현재의 대법원과는 달리 반드시 변론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것이 상고법원 방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변론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상고법원은 현재의 대법원과 다를 바가 없으며, 그럴 바에야 굳이 복잡하게 상고법원이라는 것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것이 훨씬 간명한 방법이다. 심리 방법에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법관 수를 늘리나, 상고법원을 설치하여 대법관 아닌 법관 수를 늘리나 법관 인력 증원을 통한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상고법원 법관 수는 50명 이상 확보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상고법원에서 변론기회가 보장되려면 상고법원의 법관 수가 충분해야 한다. 따라서 상고법원의 법관 수는 최소 50명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상고법원 법관 1인당 사건부담을 적정 한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고심 심리의 충실화라는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사실 상고법원의 법관 수가 50명이라고 하더라도, 대법원이 연간 6천 건 정도를 소화하고 상고법원이 연간 3만 건을 소화한다면, 상고법원 법관은 1인당 연간 600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역시도 적지 않은 숫자이며, 연간 처리 건수가 이보다 많아질 경우 변론기회 보장 등 상고심 심리충실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대법원이 상고법원 법관의 수를 50명 이상 확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현재의 대법원처럼 상고법원 법관의 업무부담 과중이 문제될 것이고, 상고심 재판은 부실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는 현재 대법원의 문제를 상고법원으로 떠넘기는 것일 뿐이며, 그렇게 된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대법관 수 증원 밖에 없다.

     

    셋째, 소송구조 혹은 국선대리를 전제로 한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

     

    대법원과 상고법원 사건에서 소송구조 혹은 국선대리를 전제로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 상고심은 법률심이다. 따라서 상고심 재판에서는 법률적 쟁점에 대해 변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그런 이유로 현재 헌법재판에서는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되어 있다. 무엇보다 상고법원에서 변론이 보장된다면 변호사에 의한 재판은 불가피하며,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될 경우 변호사가 사건의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게 되어 법관으로서는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다만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할 경우 변호사가 없으면 상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변호사비용이 없어 상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구제하기 위해 국선대리 혹은 소송구조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헌법재판처럼 변호사 없이도 일단 상고를 가능하게 하고, 일정 기간 내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국선대리인을 지정해 주는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넷째, 심리불속행기각 제도 및 상고기각결정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상고법원을 도입한다면, 현행 상고심 제도를 전제로 한 심리불속행기각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심리불속행기각 제도는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결을 선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2006년도 국정감사에서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 간의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심리불속행기각 제도가 전관예우의 온상 아니냐는 수치스러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리불속행기각 제도는 현재의 상고심 운영시스템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상고법원이 도입될 경우 상고법원에서나 대법원에서나 심리불속행기각 제도는 전면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형사 상고심에서도 이유 기재 없이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상고기각결정 제도도 상고법원 도입 시 폐지되어야 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고법원 법관 수가 50명 미만이 될 경우 상고법원 법관의 사건부담은 매우 클 것이고, 결국 대법원은 어떻게든 심리불속행기각 혹은 상고기각결정과 유사한 제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이번 상고심 제도 개혁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심리불속행기각의 폐지 없는 상고심 제도 개혁은 있을 수 없다.

     

    다섯째, 대법관 및 상고법원 법관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동안 대법원이 고위 법관 출신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대법관의 업무 부담이 과중하여 고위 법관 출신이 아니면 단기간 내에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대법관의 업무 부담이 경감될 것이고, 그러면 현재 고위 법관 출신 위주의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생길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건 위주로 심리를 하게 된다면, 대법관 역시 마땅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대법원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역시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살려 상고법원 법관의 3분의 1 이상을 변호사경력자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대법원도 상고법원이 고위법관의 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대법원이 제시한 상고법원 방안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상고법원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사건을 하도급 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대법원이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에만 몰두한 나머지 하급심 심리 부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상고법원이라는 고식지계를 내놓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상고법원이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상고법원을 설계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고법원은 상고심 심리 충실화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1) 상고법원 사건에서의 변론기회 보장, (2) 상고법원 법관 수 50명 이상 확보, (3) 소송구조 혹은 국선대리를 전제로 한 변호사강제주의의 도입 (4) 심리불속행기각 제도 및 상고기각 결정제도의 폐지 (5) 대법관 및 상고법원 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6) 더불어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 폭증의 원인이 하급심 심리의 부실에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급심 판사 증원 등 하급심 재판 충실화를 위한 대책을 함께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이지 대법관 수 증원이냐, 상고법원이냐가 아니다. 대법관 수를 증원하든, 상고법원을 설치하든 상고심 심리 충실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은 단지 법원뿐만 아니라 우리 변호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약 대법원이 상고심 심리 충실화와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보인다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상고법원 도입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대법원이 열린 마음으로 국민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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