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청년당 비례대표 1번 강연재 변호사와의 인터뷰
    공감되는 글 2012. 4. 19. 12:59

    2012. 4. 9.자 대한변협신문[제394호]  변협이 만난 사람

    청년당 비례대표 1번 강연재 변호사와의 인터뷰 중에서


    -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니까 어땠습니까?

    - 처음에는 억울한 의뢰인의 사정을 들으면 스스로 몰입이 되어 정신없이 일에 빠져들었죠. 월급도 받고 승부를 거는 소송에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차츰 현실과 마주치게 된 겁니다. 로펌의 고용변호사가 자신이 하고 싶은 사건만 할 수는 없다는 현실이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겨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강했죠. 그런데 양심과 어긋나는 일들이 닥쳤습니다. 의뢰인 중에 남에게 돈 줄 게 있는데 그걸 안 주려고 소송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비로 몇 푼 던져주고 줄 돈 몇 억을 안 주면 이익이라고 계산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이죠. 그런 의뢰인들이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대면서 소송에서 트집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로펌입장에서는 어떤 의뢰인이건 다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죠. 상대 당사자를 비난하거나 조정에서 무작정 떼를 써주기를 원하는 의뢰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형사사건은 더 했습니다. 정말 나쁜 범죄인인데 돈을 받았다고 해서 어떻게든지 정상참작 사유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게 피곤했습니다. ‘이렇게 살려고 변호사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가 들었습니다.


    - 로펌의 다른 변호사들은 어땠습니까?

    - 변호사가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더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차라리 불쌍해 보였어요. 특히 대형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워크홀릭에 걸리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였어요. 일만 하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잘난 척은 하지만 삶에서 정작 중요한 건 놓치며 살기도 합니다. 그 물에 젖어버리니까 거기서 벗어나는 데 대한 두려움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인간성이나 개성이 실종되는 것도 봤어요. 많은 변호사들이 차라리 평범한 직장에 다니거나 공익활동의 비중을 높여간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그래도 수입 때문에 그렇게 일 중독이 되는 게 아닙니까?

    - 저는 변호사 8년차지만 지금까지 제가 겪어보고 또 만나본 변호사님들을 보면, 변호사는 절대 돈 버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 버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 같더라고요. 변호사라고 있는 체하지 말고 돈 없는 변호사라고 차라리 주변에 솔직히 말하고 다니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할 겁니다. 그렇지만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돈이 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큰돈이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능력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사용하는 게 더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 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면 좋겠습니까?

    - 있는 사람은 갈소록 더 가지고 없는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인 현실입니다. 사회 저변에는 그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 같아요. 못났으면 밟혀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약육강식을 인정하는 세상은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그래서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모인 사람들 자체도 다 물고 뜯는 세상에서 피해자인지도 몰라요. 없어도 그냥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그런 사회, 함께 살고 나누는 그런 인간이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comment ; 변호사가 스스로 제어하지 않고 자본에 종속될 때 어떠한 일이 벌이지는지, 그리고 대형로펌이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일전에 몇 대째 스시집을 하는 일본의 장인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규모라고 해 봐야 10명 남짓의 손님이 식사가 가능한 조그만 식당이나, 그 일과는 아침 일찍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하루에 팔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밤 늦도록 거의 선 채로 손님의 식사를 내고 대화를 거들고 한다는 것이었다. 스시집 운영이 별게 있겠냐 싶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서 일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필요하고, 자주 오는 손님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교양이 있어야 하므로 꾸준히 책을 읽어야 하고, 매일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는 처음에는 같은 규모로 시작했으나 대형 스시체인으로 발전한 식당도 있고, 그 역시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면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손님들과의 교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장인정신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어떤 물건 또는 서비스의 질을 보증하는 것,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 자신을 돌아볼 뿐더러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탐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노고를 알아볼 안목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 정수를 맛보는 것...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