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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소심에서 가집행선고부 판결의 집행으로 인한 지급물의 참작 여부
    판례평석 2012. 3. 9. 11:46


    1. 문제의 제기

    1) 가집행선고는 미확정의 종국재판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재판이다. 가집행선고는 재산권의 청구에 관한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이를 붙이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당사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붙이는 것으로, 판결 확정 전에 승소채권자가 미리 집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송지연 및 남상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2) 제1심 판결에서 승소한 채권자가 제1심판결 선고 후 항소심 계속중에 가집행선고 있는 제1심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일부 집행하여 일부 또는 전부 만족을 얻었다고 할 때, 이러한 결과를 항소심 재판에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하는가? 항소심에서 제1심 본안판결을 취소 변경하는 경우 그 한도에서 가집행선고는 즉시 실효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질문은 항소심에서 제1심 본안판결이 유지되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3) 이는 가집행으로 인한 집행의 성질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한편에서는 가집행으로 인한 결과를 참작함이 없이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가집행으로 인한 집행은 본집행이라고 하는바, 이러한 태도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판례 및 학설

    1) 대법원은 가집행결과를 참작하여서는 아니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가집행으로 인한 변제의 효력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소심에서 그 가집행의 선고 또는 본안판결이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제1심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 피고가 그 가집행선고 금액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이를 참작함이 없이 당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95953, 95960 판결,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6175, 26182 판결).”

    2)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대법원 1972. 12. 26. 선고 72다1375 판결이 “가집행선고부 1심판결의 집행으로 지급된 금원은 후일 본안판결 또는 가집행선고가 폐기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확정적인 변제의 효력이 없다.”고 하는 것 및 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다1090 판결이 “가집행이 종료되었더라도 본안심판을 할 때는 이것이 없었던 것으로 전제하고 심판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한다.

    3) 위 73다1090 판례에 대한 간략한 평석(송상현, 법학, 판례회고 제2호(1973), 127면)에 의하면, 위 판결은 이 점에 관한 초유의 판결로서 판례의 태도는 정당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上訴審에서 假執行常態를 判決資料로 援用한다면 債權者가 訴訟을 통한 節次에 의하여 만족을 얻으면서도 本案判決에서는 敗訴한다는 奇異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검토의견

    1) 생각건대, 제1심판결에 붙은 가집행의 정당성은 항소심재판의 결과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항소심이 원고 청구의 당부를 가려보지도 아니한 채, 원고의 소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것이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거나 목적달성 이전의 상황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항소심은 가집행결과를 원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 2007. 4. 13. 선고 2006나62425 판결은, 별지 기재 토지와 건물에 대한 인도를 구하는 원고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변론종결 전에 위 건물은 철거되었고, 피고는 위 토지도 더 이상 점유하지 않게 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가 위 토지와 건물의 점유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이는 논리가 역전된 것이므로 그 파기를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29515 판결 및 엄상필, 「인도단행가처분 집행 후 목적물 멸실이 본안소송에 미치는 영향」, 대법원판례해설 71호(2007 하반기) 참조.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된 예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2) 그러나, 항소심에서 피고가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한편, ‘만일 원고 청구가 옳다 하더라도 제1심 판결 후 가집행한 부분은 채권이 소멸한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원고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이는 예비적 변제항변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므로 항소심으로서는 마땅히 이러한 사유를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집행선고에 기한 집행은 본집행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1991. 2. 8. 선고 90다16177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가집행선고부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에 기한 경우와 같이 본집행이므로 상소심의 판결에 의하여 가집행선고의 효력이 소멸되거나 집행채권의 존재가 부정된다고 할지라도 그에 앞서 이미 완료된 집행절차나 이에 기한 경락인의 소유권취득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이를 본집행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는 정당한 것이다.

    즉, 실체적 권리의 유무 및 범위를 가리는 관념적 분쟁해결절차인 판결절차와 집행권원이 정당하게 성립된 것을 전제로 실제적인 만족을 얻는 절차인 강제집행절차는 구별되는 것이고, 집행권원이 된 제1심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변경되었다고 하여 강제집행절차가 소급적으로 실효된다고 해석하여서는 강제집행절차의 안정과 확실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강제집행절차는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여하게 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조건에 친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집행권원이 미확정이라는 이유로 강제집행절차 자체를 조건부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가집행선고가 실효되더라도 그 전에 완료된 집행절차 또는 경락인의 소유권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적어도 공신적 효과가 인정되는 강제경매절차에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다.

    둘째, 대법원이 변제의 효력을 해제조건부로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가집행선고와 당해 심급의 판결은 그 운명을 같이하는 것인바, 판결이 미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판결의 효력을 해제조건부로 이해하지 않는 것과 같이, 미확정판결 중 가집행부분만을 해제조건부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해제조건부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채권자가 가집행으로 만족을 얻은 범위 내에서 일응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다만 해제조건이 성취된 시점에서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해제조건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은 가집행으로 인한 변제의 효력이 해제조건이라고 하면서도 그 변제의 효력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므로 항소심 법원은 이를 참작할 수 없고(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95953, 95960 판결), 가집행선고가 붙은 제1, 2심판결에 기한 금원 지급에 의한 채권소멸의 효과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소심에서 가집행선고가 붙은 판결이 취소 또는 변경되지 아니하고 확정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6259 판결)고 판시하나,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정지조건으로 이해할 때에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만일 대법원과 같이 ‘가집행으로 인한 효력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므로 항소심 법원은 이를 참작할 수 없다.’는 이론이 옳은 것이라면, 가집행으로 인한 사실관계를 반영하여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것도 무의미하므로 이러한 청구취지 변경(반소의 제기 및 반소취지의 변경도 마찬가지이다)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대법원 1995. 4. 21. 선고 94다58490, 94다58506 판결의 사안을 본다. 이 사안은 원고가 제1심에서 피고 점유의 토지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고 가집행한 다음, 항소심에서 경계확정소송으로 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한 사안이다. 원심(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10. 26. 선고 91나31387, 31394 판결)은 “제1심 판결에 기한 가집행은 확정적 집행이 아니므로 상급심에서는 가집행의 결과를 참작함이 없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위 가집행 이전에도 이미 원고가 위 나 부분을 점유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달리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의 위 인도청구는 이유 없다 할 것이다.”라고 하여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원고가 토지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고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 토지를 점유하게 된 것이고,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교환적으로 변경된 것이라면 이에 붙여진 가집행선고도 실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반소청구의 당부에 관해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안이다.

    먼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위 판결은 반소청구가 인용되어야 할 이유로 원고청구의 교환적 변경 및 이에 따른 가집행선고의 실효에서 찾고 있으나, 그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위 사안에서 원고가 청구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지 않은 경우에도 피고는 반소로써 토지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고, 가지급물 반환으로써 복구되지 않는 피고의 손해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반소제기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가집행으로 인한 사실적 법률적 상태의 변동을 반영한 청구변경이 허용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는 것이고, 가집행결과 변동된 상황을 법적 고려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소송의 동적 발전적 성격과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변경은 소송에 반영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넷째, 항소심법원이 제1심판결을 변경하는 경우 그 범위 내에서 가집행선고는 즉시 효력을 잃게 되고, 가지급물의 간이한 회복절차로서 피고는 가지급물반환신청(일종의 예비적 반소에 해당한다)을 할 수 있는바, 이는 항소심법원이 가집행으로 인한 결과를 재판에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정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항소심법원이 제1심판결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가집행으로 인한 채권소멸의 결과를 재판에 반영하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다. 따라서 항소심 심리 중 가집행된 사실이 변론에 나타난 경우에는 항소심법원은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여 피고에게 그 일시와 액수를 정리하여 제출할 것을 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적어도 피고가 여러 실체적인 항변사유를 주장하면서 명시적인 항변사유로 가집행으로 인한 채권소멸을 주장한다면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원고청구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다만 항변의 성질상, 상계항변과 같이 최후적인 항변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다섯째, 항소심 변론종결시는 기판력의 표준시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법원이 정리하는 것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현재의 대법원 판례와 같이 가집행결과를 항소심이 정리하지 아니하면, 나중에 1심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할 때 채권자는 가집행부분만큼을 공제한 판결이 아닌 전액승소 판결을 취득하게 되는바, 이러한 일련의 판결은 채권자가 항소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제1심에서 인용된 액수 전액에 대하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외적 구속력을 발생시키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집행문이 부여되면 언제나 부당 과잉집행의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 채무자가 부당집행을 면하려면 채무자가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해서 강제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5827 판결 참조). 피고가 패소한 종전 소송이 끝이 아니고, 정당한 집행의 범위를 가리는 청구이의 소송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가집행결과를 참작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취하고 있는 데 따른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석일지 모르나, 이는 채무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청구이의 소송으로 채무자를 보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채권집행의 경우, 채권자가 가집행선고부 제1심 판결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송달증명서를 첨부하여 그 즉시 채권추심이 가능한 것인바, 이처럼 채권자가 추심을 완료하게 되면 채권집행이 전체적으로 종료되어 채권자가 만족을 얻은 후에는 더 이상 청구이의의 소로써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되는 것(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2489 판결)이어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각하될 수 있고, 청구이의 마저 불가능하게 된 채무자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다32899 판결).”는 이유로 배척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가사 불법행위청구가 받아들여져 승소판결을 얻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일단 채권자의 수중에 들어간 돈을 반환 받는 것은 채권자의 자력 여하에 따라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4. 결 론

    1)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한 집행은 본집행이다. 그리고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한 집행은 본집행이라는 것’과 ‘가집행으로 인한 변제의 효력은 확정적인 변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를 재판에 참작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상호 양립할 수 없다.

    2) 가집행을 본집행이라고 이해하는 이상, 가집행의 결과 채권자가 만족을 얻은 범위 내에서 채권은 소멸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고, 항소심 재판에서 이러한 변제사실은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3) 가집행으로 인한 채권소멸의 효력은 상급심에서 가집행선고부 판결을 취소 변경됨으로써 부인될 수 있고, 가집행선고부 판결이 취소 변경된 경우 그 때로부터 채권자는 가지급물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거나 가지급물을 반환할 무과실책임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가집행으로 인한 변제효력을 해제조건부로 이해할 때에도, 그 의미는 가집행으로 그 즉시 채권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로되, 가지급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권의 소멸시효는 가집행선고부 판결이 취소 변경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법률신문 2010년 9월 27일 제38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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