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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집행방해죄 단상
    사법제도 비판 2019. 1. 4. 11:19

    필자가 대법원 국선으로 맡은 사건 중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있다. 사안은 간단하지만, 피고인에게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은 내용이었다. 특히 피고인은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고,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은 피고인의 폭행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피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공소사실의 요지는, 술에 취한 피고인이 택시기사와 요금문제로 다툼을 벌이다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택시비를 지불하고 귀가하라고 하자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면서 주먹으로 경찰관을 때리고 발로 낭심 부위를 차는 등 폭행하여 경찰관의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당시 술에 많이 취하여 당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였고, 반면 경찰관은 주먹과 발로 맞았다고 주장하였으며, 제3자 지위에 있는 택시기사는 피고인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는 진술이 있을 뿐이었다.


    이와 관련,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21537 판결에 의하면, 형법 제136조에서 정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서의 폭행은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족하고 반드시 그 신체에 대한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또한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구체적으로 직무집행의 방해라는 결과발생을 요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위 대법원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로 이웃과 시비가 붙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사고 경위에 관한 진술을 청취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반말을 하였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고인과 경찰관이 시비가 붙게 되었으며, 격하게 흥분한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욕을 하고 손으로 경찰관의 가슴을 밀쳤고, 이에 경찰관은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피고인 변소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경찰관에게 반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경찰관과 말다툼을 하던 중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경찰관이 막아서기에 비키라고 하면서 경찰관의 가슴을 밀쳤을 뿐이고, 가슴을 1회 밀친 정도로는 이를 경찰관의 직무 집행을 방해할 정도의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원심법원은 피고인이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자 경찰관도 이에 대항하여 피고인의 가슴을 밀치기도 하였던 점(필자 재강조 - 경찰관도 피고인을 밀쳤다), 피고인에 대한 체포가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체포에 대항하여 공소사실과 같이 경찰관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고 할지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이라 하여 파기한 것이다.


    생각건대, 이들 사안에서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과도한 형벌권의 행사일 뿐 아니라, 공권력의 불가침성에 대한 지나친 과장 또는 공권력의 미성숙성과 허약성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공명심이 넘치는 경찰관의 경우, 사건 자체를 터무니없이 과장하거나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진술하기도 한다. 예컨대, 위 주차장 사안에서 경찰관은 ‘피고인이 경찰관의 목덜미를 잡아 넘어뜨렸다.’는 주장을 하였고 처음에는 이러한 내용까지 기소되었다가, 심리 중 CCTV 영상에는 그와 같은 장면이 확인되지 아니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이 변경되었다(필자 재강조 - CCTV에 이런 장면이 없다). 이러한 폭행을 가한 적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경찰관들이 짜 놓은 올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얼마나 극심한 고통(gut-wrenching distress)에서 신음하였을지 충분히 짐작되고 남음이 있다.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요건은, 의문의 여지없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공무집행이 방해되었다는 것이다. 이웃 간 또는 불상의 사람과의 사이에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시비를 말리는 과정에서 약간의 밀고 당김, 편파적인 수사에 대한 거친 항의, 반말과 욕설, 특히 순찰차에 태우는 과정에서의 발버둥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공무수행의 과정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소란에 불과한 것이고,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공무집행방해가 발생되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수적인 압도 내지 심리적 물리적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위력의 행사로 경찰관이 경찰장구(수갑, 포승, 경찰봉, 전자충격기)를 동원하더라도 쉽게 이를 제압할 수 없을 정도에 - 비록 총기 등 무기를 동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 이른 경우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의 욕설과 외침만으로는 공무집행이 방해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피고인의 격렬한 저항 내지 반항으로 공무집행과정에서 통상 예견될 수 있는 정도를 상당히 초과한 유형력이 행사됨으로써 경찰관이 공무집행에 상당한 지장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이 없는 이상, 경찰관에 대한 폭행 협박을 언제나 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 경한 범죄인 폭행죄 내지 모욕죄로 처벌하면 족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권력 행사를 기대할 수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며 시민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권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믿음이 더욱 공고해 질 수 있을 것이다.



    - 서울지방변호사회보 201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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