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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2013 대법원 심리불속행 통계분석
    사법제도 비판 2014. 8. 19. 16:35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대법원은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다. 대법원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대한민국 법령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제시함으로써 법령해석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데 있고, 이처럼 각 법령의 내용과 범위를 획정지음으로써 동일한 또는 유사한 사안에서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국민의 일상생활은 법적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심리불속행제도는 상고심에 폭주하는 사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고려에서 숫제 특별법을 만들어 심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에 박힌 문구로 사건을 종결짓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 기재가 없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법원의 판단을 기대한 당사자에게는 매우 억압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사전 기일의 통지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당사자를 우두망찰하게 만들기 족하다.

    대법원은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심리불속행으로 처리되는 사건의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 대국민서비스> 정보> 사법통계> 법원통계월보에 가야 매 월별로 집계된 통계수치를 접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2012년 민사 본안 사건의 경우 (상고이유서를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아 기각된 778건을 제외하면) 심리기각은 3,806건에 불속행기각은 5,792건이고, 이를 제1심 소가를 기준으로 소액, 단독, 합의로 나누어 보면 각 1,451건에 61건, 836건에 3,555건, 1,519건에 2,176건이며, 불속행기각 비율은 각 4.03%(1,512건 중 61건), 80.96%(4,391건 중 3,555건), 58.89%(3,695건 중 2,176건)이며, 이중 소액사건을 제외한 비율은 70.88%(8,086건 중 5,731건)에 이른다. 2013년 통계부터는 상고기각의 항목(심리기각+불속행기각+불제출기각)을 한 데 묶어 놓아 불속행기각의 비율을 아예 알 수 없게 하였는바, 필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얻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민사 본안 사건의 경우(상고이유서 불제출기각 726건 제외), 심리기각은 3,703건에 불속행기각은 6,192건이고, 이를 제1심 소가를 기준 각 소액, 단독, 합의로 나누어 보면 각 1,552건에 34건, 683건에 3,654건, 1,468건에 2,504건이며, 불속행기각 비율은 각 2.14%(1,586건 중 34건), 84.25%(4,337건 중 3,654건), 63.04%(3,972건 중 2,504건)이며, 이중 소액사건을 제외한 비율은 74.11%(8,309건 중 6,158건)에 이른다.

    특이하고 기이한 것은 소액사건의 심리불속행 비율이, 2012년의 경우 4%에 불과하고, 2013년의 경우 2.14%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우리 대법원은 특히 소액사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소액사건의 경우 심리를 더 철저히 하는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상고이유서의 제목만을 이어 놓고 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결하는 상고기각판결은 심리기각판결로 집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기각비율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통계는 대체적으로 대법원에서 상고인이 대화의 상대방으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법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지구상의 어떤 문명국가가 상고심을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가?

    흔히 판사는 판결서만으로 말한다고 한다. 이는 판결서에 충분한 이유가 제시된 경우에만 타당한 말이다. 판결서에서조차 판단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 사법권의 독립은 우리 헌법에 자리를 차지할 이유가 없다. 사법권은 국민으로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공중에 대해 어떠한 의미 있는 형태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연임이 보장되는 권력은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할 어떠한 동기부여도 느끼지 못한다. 사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상고심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극도로 좁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논리성과 통찰력에 있는 것이다.

    2011년 민사 본안사건의 경우, 상고기각 비율은 90.4%(총 10,783건 중 9,749)에 이르고, 2012년의 경우 89.5%(총 11,581건 중 10,376건), 2013년의 경우 88.7%(총 11,966건 중 10,621건)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만을 놓고 보면 우리의 사법은 매우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그야말로 아무런 이유 없는 상고가 남발되고 있으므로 상고를 획기적으로 제약하여 상고심을 더욱 법률심으로 순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으나, 그 상고기각의 70% 이상이 심리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권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우리 국민은 삼세번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재판 자체에 흥미를 느껴 허설쑤로 상고하는 것이 아니다. 상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오판시정의 길은 상급법원에의 상소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을 대변하여 나는 대법원이 현재의 불속행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파기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published also 2014. 7. 1.

    경향마당 – 대법원의 이해못할 ‘상고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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