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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문초록] 부동산 명의신탁 유형의 재조명
    저술 2012. 3. 7. 17:35

    1995년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이래 종전의 판례이론은 중대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종전의 대법원 판례이론은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전제에 서 있었고, 이른바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의 관점에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명의신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지만,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공부상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있다’고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공부상 소유자 지위에 있음을 기화로 명의신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금원을 차용하는 등의 횡령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만 하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부동산을 사용하고 수익할 권능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언제든지 원하는 시기에 부동산 소유명의를 회복하거나 또는 명의수탁자로부터 바로 제3자에게로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명의신탁은 부동산 투기, 탈세, 강제집행 면탈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였고,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시기적으로는 앞서 시행된 금융실명제와 함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제정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단호한 대책으로 명의신탁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을 일체 무효로 규정하고, 나아가 실효성 제고를 위해 기존의 명의신탁에 대하여서도 같은 법효과를 부여하였다.

    돌이켜보건대, 부동산실명법은 일제 초기부터 형성 발전되어 온 명의신탁 법리에 중대한 수정을 가하는 것이었으나,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초기에는, 확립된 해석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난 시행착오와 법적 불안정을 존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 이후의 각 유형별 명의신탁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가 집적되어 왔고, 초기의 불안정은 차츰 해소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밝히고 있는 법리는 종전 소유권 이론으로써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은 바로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자의 반환의무에 관하여, ① 명의신탁자는 법 제11조의 유예기간 경과 전까지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② 유예기간의 경과로써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가 되고,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③ 법 제4조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회복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기이하고 모순된 이론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한 파생원칙, 예컨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는지 여부에 관한 것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언제든 부동산을 사용 수익하고 이를 처분하는 권능은 소유권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판례 이론에 의할 경우, 명의신탁 부동산의 사용 수익권능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만일 명의신탁자에게 사용 수익권능이 있다고 보면, 명의수탁자가 취득한 완전한 소유권은 실제로 소유권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소유권의 장식물에 불과한 것이고, 만일 명의수탁자에게 사용 수익권능이 있다고 보면 결국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무상몰수 당하는 결론에 이르고 말 것이다.

    대법원의 완전한 소유권 취득론은 명의수탁자의 형사책임에 있어서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다. 즉, 대법원은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므로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거듭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다른 유형의 명의신탁의 경우와 균형이 맞지 아니하고, 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의 경우 대법원은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로부터 수령한 매수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러한 논리에 따를 때 명의수탁자가 매수자금의 반환조차 거부할 때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른 유형의 명의신탁에서도 대법원이 전개하는 법리가 기이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대법원은 유예기간의 경과로써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복귀된다고 판시하는 한편,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본고가 보기에 이러한 결론은 실제로 매도인은 소유권의 행방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아가 매도인은 소유권자가 아님을 웅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본고는 일련의 대법원 판례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실명법상의 명의신탁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명의신탁은 매도인의 선의 악의 여부에 따라 분류될 것이 아니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과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본고에서 법 시행 전 후의 명의신탁을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기존의 명의신탁에 유형론을 적용하는 것은 이미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한 매도인에게 이중의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소급입법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고는 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의 선의 악의 여부에 따라 차별적인 법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 차별적인 입법이거나 방법론상 오류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특히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의 완전한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해한다. 본고는 부동산실명법의 금지는 실명거래 위반행위가 밝혀진 경우 그 위반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원시적 불능이 아니라, 그 위반자는 다만 과징금의 제재를 면할 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이해한다.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지 십 수 년이 더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대법원이 구체적인 개별 사건을 처리하면서 밝힌 법원칙은 정당한 것인지, 기존의 소유권이론과 모순된 점은 없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의신탁 이론은 부동산 소유권 이론이라 할 수 있고, 소유권은 헌법상 재산권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고, 부동산이 우리 경제 전체 및 개별 국민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명의신탁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정립하는 것은 매우 실제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정립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차명거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명의신탁법리는 기존 소유권 질서와도 모순되지 않아야 하고, 그 규제적 조치의 결과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부당하게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어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차명거래로 인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세워가야 하고, 이러한 노력은 사회변동 및 새로운 입법에 맞추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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