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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로 가중처벌하기 위한 요건
    판례평석 2014. 5. 13. 09:49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로 가중처벌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4456 판결)


    변호사 박재혁


    1. 사안과 쟁점

    피고인(35세)은 2012. 12. 20. 00:30경 충주시 주공아파트 901호 시각장애 1급인 피해자(여, 56세)의 집 안방에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장애인을 강간하였다는 범죄사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라 함) 제6조 제1항)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건 전날 저녁 선배와 23시 20분 경까지 술을 마시고 나서 수중에 돈이 없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피해자의 집에 가서 자고 갈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고 가도 되는지 물어보고 난 뒤 허락을 받고 피해자의 집으로 갔고, 피해자의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강간을 시도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엉덩이를 비틀면서 뿌리치는 바람에 삽입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하였다(이후 다른 방에 가서 다음 날 아침까지 자고 나옴). 한편 피해자는 이미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고,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제가 피고인을 아들 같이 생각하는데, 피고인을 용서해주십시오. 피고인도 불쌍하고 아빠도 불쌍하니까 용서를 해 주겠습니다. 피고인을 정말로 용서해주고 싶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형법 제306조는 2012. 12. 18. 삭제되어 6월이 경과한 2013. 6. 19. 이후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고소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게 되었다(특례법상 친고죄 조항(제15조)도 삭제됨). 한편, 구 특례법상 친고죄는 제10조 제1항(업무상 위력 추행), 제11조(공중 밀집장소 추행), 제12조(통신매체 이용음란)의 죄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제6조의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의 죄는 이미 친고죄가 아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위 특례법상 장애인 강간 해당여부인바, 만일 특례법 제6조로 의율할 수 없는 경우라면 여전히 형법상 친고죄 여부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결요지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을 징역 4년 및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항소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특례법상의 장애인 개념을 다투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헤설픈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3. 평석

    특례법 제6조 제1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위 규정이 형법 제297조의 가중적 처벌규정임을 명백히 하면서도, 법 또는 그 시행령에는 장애인의 구체적 의미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위 특례법과 유사한 규정이 있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장애 아동·청소년(「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으로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13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간음하거나 장애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장애인복지법」(이하 복지법이라 함)상의 장애인 개념을 원용하여 장애인인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간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시행령 별표 1은 장애인을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적장애인 등으로 세분하고 있고, 시행규칙 별표 1은 각 장애인 유형별로 그 심한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까지 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을 종합하면, 복지법상 장애인에 해당하는 자를 강간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특례법상의 장애인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장애인의 장애와 강간행위 또는 강간의 수단이 된 폭행 협박행위와의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특례법상의 강간죄로 의율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만일 달리 보면 성폭력범죄의 실행 또는 이에 대한 피해자의 반항 억지의 면에서 여타 정상인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정으로 가중처벌 받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강간행위의 경우 가중처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란, 범인이 강간을 실행 하고서도 처벌을 쉽게 면할 수 있는 경우, 다시 말해 시각장애인이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이 강간범죄의 동기가 된 경우 또는 피해자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강간의 수단이 된 폭행 협박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거나 방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방어행위 자체를 포기하게 된 때(=시각장애와 강간행위에 대한 방어불능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범인이 이러한 장애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쉽게 제압하고 강간한 경우)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비록 시각장애자이긴 했으나 간음을 시도한 자가 누구인지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고, 시각장애라는 사정 때문에 간음에 수반된 폭행 협박을 저지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이를 특례법상의 장애인 강간죄로 의율할 수 없다 할 것이고, 피해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은 고소취소의 의사로 보기에 족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강간죄는 피해자의 적법한 고소취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서울지방변호사회보 2014. 5. 제518호,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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